하정로

<하정로 표지석>
하정로(夏亭路)
하정로는 조선 초기 개국공신이자 청백리로 유명한 하정공 유관선생의 정신이 깃든 뜻깊은 도로입니다. 비우당교와 우산각이 인접하고 하정 유관선생의 청렴한 정신을 이어받은 하정로는 서울시에서는 ‘하정 청백리상’을 동대문구에서는 신규 공무원들이 ‘청렴길 걷기’ 코스로 그 뜻을 기리는 등 청렴 동대문구가 가는 길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2016. 4. 29. 동대문구청장

하정로(夏亭路)는 동대문구 신설동 로터리에서 답십리 신답철교까지의 1.65km 구간의 도로이다. 1984년 기존의 신답로에서 조선시대 대표적인 청백리이자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정 유관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호를 따 하정로로 이름을 개칭하였다. 2010년 ‘1도로 1명칭’ 원칙에 따라 ‘하정로’라는 도로명이 폐지되고 천호대로로 이름이 변경되며 통합되었으나, 유서 깊은 도로명을 존속시키고자 하는 이천여명이 넘는 동대문구 주민들의 서명운동으로 2011년 다시 하정로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하정 유관은 고려의 명문가 출신으로 고려 말 충목왕 1346년 때 태어나 공민왕 20년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시작한 이래 고려조가 망할 때까지 20년 동안 꾸준히 관직에 있으면서 모나지 않는 둥글둥글한 성격과 공정한 처사로 동료 관원들은 물론이고 많은 백성들로부터 추앙을 받았다. 1392년 조선이 개국하며 병조이랑으로 다시 관직에 올라 세종 9년에 그가 81세로 관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태조, 정종, 태종, 세종 네 임금을 모시고 성균관 대사성, 강원도·전라도 관찰사(요즈음 관직으로는 도지사)를 역임했다. 그의 한 점 티와 부끄럼이 없는 행동과 검소한 생활태도가 많은 이들의 신망을 불러 일으켰으며 국왕 이하 모든 관민이 그를 국노(國老)로 받들고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세종대왕께서 신하들과 연회를 베푸는 자리를 즉시 파하고 몸소 흰옷으로 갈아입고 홍화문 밖으로 나가 백관들을 거느리고 공의 죽음을 슬퍼하는 애도의식을 행했다고 왕조실록에 쓰여있다..

세종대왕께서 친히 지으신 제문(祭文)을 보면 “공께서는 문 앞에서 사사로운 청을 거절하니 고방에는 남은 물건이 없고 직위가 높았으나 부지런하고 검소한 기풍이 돋보이셨으며 덕을 높이 존중 받으면서도 교만하거나 인색한 태도가 없어 과연 모든 선비들에게 몸소 모범을 보이셨다” 고 되어 있다.

유관은 높은 벼슬에 있었음에도 동대문 밖의 바깥대문과 담이 없는 조그만 초가집에 살았다. 사람들이 넌지시 집을 옮기거나 수리하기를 권하면 유관은 집이 아직 쓸만하고 손때 묻는 것들이 많다며 고개를 젓곤 했다. 조선의 3대 왕 태종은 유관이 대문도 담도 없는 집에 산다는 얘기를 듣고 사람을 보내어 울타리를 쳐 주었다고 한다. 장마가 찾아온 어느 여름날, 쏟아붓는 장맛비에 지붕에서 비가 새기 시작하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해마다 추수가 끝난 가을에 볏짚으로 새로 초가 지붕을 얹었겠지만, 유관은 그것도 낭비라고 생각하고 지난 가을 새로 지붕을 하지 않은 탓이었다. 천장 이곳저곳에서 빗물이 떨어져 그릇으로 빗물을 받아내려 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유관은 부인에게 우산을 가져오게 해 두 사람이 우산을 쓰고 비를 피했다. 하정 유관의 외손(6대손)이자 조선시대 실학파의 선구자인 이수광은 하정 유관이 살던 옛 집터에 정자를 지은 다음 ‘비우당(庇雨堂)'이라는 현판을 달아 그를 기리고자 했으며 집터 부근 신설동 지역을 ‘우산각 골’이라고 불렀다.

유관은 한겨울에도 버선을 아껴 신느라고 맨발로 지냈고, 집 앞에서 손수 밭을 일구어 반찬거리로 삼는 등 검소하고도 부지런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자에게는 뭐든 아끼지 않았다. 학문을 배우기를 요청하는 이에게는 양반집 자제, 시골 농부의 아들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만나 가르침을 주었다. 또한 가난한 이웃이나 친척들을 돕는 데 재물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그의 청렴결백하고 인자한 성품을 엿볼 수 있다.

한편 2016년 동대문구에서는 비우당교 - 하정로 - 우산각골을 잇는 ‘청백리의 발자취 탐방코스’를 기획했다. 이 탐방코스는 비우당교의 안내판을 시작으로 하정로의 표지석에서 우산각골까지 연결된다. 동대문구의 유덕열 구청장은 "오늘날 공직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인 청렴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이번 청백리의 발자취 탐방코스를 기획하게 됐다"며 “하정로가 청렴 일등 동대문구를 상징하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출처: 동대문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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