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 촬영소 영화전시관

장안동에는 ‘답십리 촬영소’ 또는 ‘촬영소 사거리’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현재는 사라지고 없지만 1960년대 그곳에 ‘답십리 촬영소’라고 불리던 영화종합촬영소가 있었다.

답십리 촬영소의 정식 명칭은 ‘대한연합영화주식회사’이다. 예비역 헌병 대령이던 홍의선·전옥숙 부부가 ‘영화산업의 육성’을 외치며 사재를 털어 1964년 3월 동대문구 답십리동 산 12번지(현 동대문구 체육관과 동답초등학교 일대)에 지은 것이다. 스튜디오 2개와 연기실·연기자 대기실·녹음실·현상실·변전실에 식당·커피숍·욕실까지 갖춘 당시로선 최첨단 영화 촬영소였다.

답십리 촬영소 건립은 한국 영화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다른 영화 촬영소는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 임시로 쓰던 시절이었다. 1965년 8월 발행된 영화 잡지 『실버 스크린』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한 배우가 답십리 촬영소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으며 “안정적인 전기 공급으로 조명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맡은 역할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연기실이 있다”라고 할 정도였다.

답십리 촬영소는 1970년 철거되었는데 그 때까지 총 90여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대표적 작품으로 김진규·김보애 주연의 <부부 전쟁>(1964)을 시작으로 이만희 감독의 <기적>(1967), 최무룡 감독의 <나운규 일생>(1966), 오승호 감독의 <사랑아 울리지 마라>(1965), 전범성 감독의 <바보>(1965) 등이 있다.

한편 답십리 촬영소의 소장이었던 전옥숙은 한국 여성 최초의 영화제작자로 명성을 떨쳤다. 답십리 촬영소에서 촬영했던 다수의 작품이 전옥숙 기획, 홍의선 제작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상 제작자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전옥숙은 1984년 3월 31일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인 ‘시네텔 서울’을 설립하여 방송용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시네텔 서울은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 프로덕션이다. 시네텔 서울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공급하여 제작원의 다원화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을 위한 시장 개척을 목표로 출발하였다. 상당한 수준의 제작 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출발하여 설립 초기에 <나의 전쟁범죄 고백>과 <한오백년>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이 두 편은 1984년 5월 일본의 아사히 TV와 후지 TV에 제공되었다. 이 중 <나의 전쟁범죄 고백>은 국내에서도 소개되어 큰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후 1985년 4월에는 드라마 <웃음소리>를 제작하였는데, 이것이 MBC-TV ‘베스트셀러 극장’을 통해 전국에 방송되었다. 이로써 시네텔 서울은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 외주 제작 시대를 여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강원도의 힘> (1998), <오!수정>(2000), <생활의 발견>(2002),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4), <극장전>(2005), <해변의 여인>(2006), <밤과 낮>(2008),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첩첩산중>(2009) 등을 만들어 낸 홍상수 영화감독이 홍의선·전옥숙 부부의 아들이다(출처: 동대문구의 오늘, 과거 그리고 미래와 만나다).

1960년대 한국 고전영화 촬영의 중심지였던 답십리 영화 촬영소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서 2014년 9월 1일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이 동대문구 문화회관 1층에 개관하였다.

답십리 촬영소 영화전시관의 자료전시관은 영화 관련 소품, 영화인 애장품 등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전시품은 수시로 교체되며, 유명영화인 사진전, 주제별 영화소품 등을 전시하는 기획 전시가 열린다. 2017년에는 '영원한 맨발의 청춘 신성일 초대 전시회', '영화감독이 선정한 선정한 작품으로 본 포스터', '추억의 외국영화 포스터 · 명배우 사진전', '한국사극영화 의상전'이 열렸다. 이어 2018년에는 '한국영화 천만관객 돌파 포스터' 전시가 진행되었다. 제1전시실에는 촬영카메라와 영화대본 등 영화 관련 장비들과 소품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제2전시실에는 고전 영화 포스터, 스틸 컷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진행된 전시들은 제2영화전시관으로 옮겨져 전시 기간이 끝나더라도 감상할 수 있다.

답십리촬영소 영화전시관에서는 국내, 외국 고전 영화, 인기 영화, 최신 영화 등 다양한 영화 DVD를 구입해 매주 금요일에 상영하고 있다. 동대문구 구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71석 규모의 영화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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