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단

선농단은 조선과 중국에서 농본 정책의 하나로 국가에서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를 주신(主神)으로 모시고 풍년들기를 기원하던 제단을 말한다. 신농씨는 중국 설화 속의 3황(皇) 중 하나다. 3황은 일반적으로 복희씨(伏羲氏)·신농씨(神農氏)·여와씨(女媧氏)를 말하는데 여와씨는 인간을 창조하였고 복희씨는 사람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해 주었으며 신농씨는 바로 농사 짓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후직은 중국 전설에서 요임금의 농관이었다고 하는데 농업의 신이자 오곡의 신이다.

우리나라는 본래 농업 국가였으므로 선농제의 기원은 매우 오래되었다. 신라에서도 입춘 뒤 해일(亥日)에 명활성 남쪽 웅살곡에서 선농제를 지냈다고 한다. 또한 고려시대에도 983년(성종 2) 1월에 왕이 기곡제를 지내어 신농에게 제사하고 후직을 배향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 선농제는 이후 계속 이어졌고 조선시대에도 그 제도가 그대로 답습되었다.

조선시대에 제사는 매년 경칩이 지난 뒤 좋은 날로 해일(亥日: 돼지날)을 가려 왕이 직접 가서 제사를 지내고 제사 후에는 직접 경작을 하는 적전지례(籍田之禮)를 행하였다. 가뭄이 심할 때는 선농단에서 기우제도 지냈다.

선농단은 1908년(순종 2) 7월 일제의 동양척식회사 설립 당시 정부 출자란 명목 하에 일제에게 이 땅을 빼앗기게 된다. 선농제는 국권 피탈 이후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중단되었다. 일제는 선농단 자리에 청량대(淸凉臺)라는 공원을 만들었다. 선농단 귀퉁이에는 지금까지도 청량대라고 새겨진 비석이 길게 누워있는데,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던 그날 선농단 주변 주민들이 일제가 세워놓은 그 비석을 거꾸러뜨리면서 울분을 달랬다고 한다. 1979년부터 제기동의 뜻 있는 마을 유지들이 ‘선농단친목회’를 조직하여 매년 제사를 지냈다. 1992년부터는 동대문구청에서 선농제향을 지역 전통 문화 행사로 승격시키고 매년 4월 20일 선농단 내에서 선농제향을 올리고 있다.

선농단의 남서쪽 귀퉁이에는 측백나무에 둘러싸여 서 있는 큰 향나무가 하나 있다. 선농단의 향나무는 현재 국내에서 자라고 있는 향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것 중의 하나로서 나무의 높이가 10m, 가슴 높이의 직경이 72㎝, 가지 밑 줄기 높이(枝下樹高) 2.3m에 달한다. 휘지 않고 곧게 자란 것이 특징이다. 정확한 수령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나무가 있는 선농단이 1392년에 지어졌던 것과 관련지어볼 때 600여 년은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천연기념물 24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향나무 앞에는 문인석(文人石) 하나가 향나무를 바라보고 서 있다.

선농단은 설렁탕의 기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홍선표의 <조선요리학>(1940)에는 설렁탕의 유래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세종대왕이 선농단에서 친경하시던 때에 비가 심하게 내려서 촌보를 옮기지 못할 형편에 이르러 신하들이 배가 고파서 못 견디게 되니, 왕이 친경 때 쓰던 소를 잡아 맹물에 넣어 끓이라 하셨다. 고기 끓인 국물에 소금을 넣어 먹으니 이것이 설농탕이 되었다. 그리고 겨울철에 추위를 이기는 음식으로 보재(補材)가 되는 음식이다”

이와 같이 설렁탕은 선농과 관계가 있는 음식이다. 설렁탕의 기원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설은 선농제 때 국왕이 친경 후 백성을 위로하고자 선농제 때 희생으로 쓴 소를 많은 사람에게 먹이기 위해 쇠뼈를 고은 국물에 밥을 말아내었는데, 그 국밥을 선농단에서 내린 것이라 하여 ‘선농탕’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훗날 닿소리 이어 바뀜으로 ‘설롱탕’이라 읽게 되었고 오늘날 설렁탕이 되었다고 한다.

또 설렁탕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려시대에 고기 삶은 물, 즉 건더기가 없다는 뜻의 공탕(空湯)을 일컫는 몽고어 ‘술루’에서 연유했다는 설도 있다(출처: 동대문구의 오늘, 과거 그리고 미래와 만나다).

제기동의 이름 또한 선농단에서 기원하였다. 제기동이란 이름은 '제사를 지내는 자리(터)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제기동은 본래 풍농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린데서 비롯된 제단이 있었다 하여 '제터' '계터' 마을이라 불렀다. 계(제)터 마을을 한자로 뜻빌림(意譯)한 것이 제기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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